“꽃다지”의 <Imagine>, 뉴토피아를 꿈꾼다 이명선의 빨간장화2010/05/13 04:57
노동자들이 빠져 나간 구로동은 어두웠고, 손님을 기다리는 네온사인의 번쩍임은 당황스러웠다. “꽃다지”의 스튜디오가 있는 구로공단은 축 늘어진 채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는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스튜디오의 문을 여는 순간,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깔끔하게 정돈된 작은 스튜디오 벽면에는 18년을 이어온 노래패답게 팬클럽 게시판이 걸려 있었다. 조명도 없이 거리에서 노래하는 가수를 엄마로 둔 3살 아이는 오늘도 세상을 바꿔 줄 로봇을 기다리며 스튜디오 한켠에서 놀고 있었다.

거리에서만 보던 이태수, 조성일, 정혜윤. 그들은 노래로 연대하는 “꽃다지”다. 들이나 밭의 양지바른 곳에 핀다는 꽃, 꽃다지. 꽃말은 무관심이라고 한다. 그러나 “꽃다지”는 ‘꽃다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꽃사람’들과 함께 해도 들지 않는 지하에서 20년을 해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낸 <전화카드 한 장>, 많은 이들을 춤추게 한 <바위처럼>, 그리고 많은 이들이 안치환의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까지. 사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1997년 변화가 시작된 운동판에 대중가요의 감성을 불어넣은 “꽃다지”의 노래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오히려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MR 반주의 노래보다는 실제 라이브콘서트를 펼치려 애쓰고 있는 “꽃다지”는 <단결 투쟁가>나 <민들레처럼> 같이 전투적이고 서정적이었던 히트곡에 머무르지 않고, 록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로 음악적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2008년 촛불 이후 운동권과 노동권이 아닌 일반 대중을 상대로 무대에 서는 일이 잦아지면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과거 운동권 386세대들에게는 소주 한 잔과 같은 향수를, 신세대들에게는 대중가요 외에 다른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요즘은 자신들의 스튜디오가 위치한 구로 지역 아동들을 돕기 위해 구로역에서 격주 월요일마다 공연을 하고 있다. 역시 조명 없이 무대 없이 거리에서 하는 공연이다.

방송을 준비면서도 또 사전에 전화로 출연 섭외를 하면서도 “꽃다지”가 운동권 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를 부르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의 노래 요청에 “꽃다지”는 존 레넌의 <Imagine>을 불렀고,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꽃다지”의 <Imagine>은 참 밝았다. 2008년 광화문에서, 2009년 용산에서 보던 모습이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이, 그리고 노래를 듣는 우리의 모습이 평화스러웠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2008년 12월 23일 자 한겨레 칼럼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Imagine>을 다시 들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따뜻한 느낌과 달리, <이매진>은 음악사상 유례없는 급진적 메시지의 선언문이다. 여기서 레넌은 종교, 계급, 국가, 사유재산 따위가 없는, 온전히 사람이 중심 되는 평화로운 세상을 제안했다. 스스로 ‘뉴토피아’라 이름 붙인 신세계였다. 그것은 흔해 빠진 정치 선전이 아니라 휴머니즘에 뿌리박은 호소였다.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이 <이매진>을 “대중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들” 가운데 세 번째 순위로 꼽고, “우리가 극심한 비탄을 버텨낼 수 있도록 도와준 영원한 위로와 약속의 송가”라고 상찬해마지 않은 근거도 거기 있다고 할 것이다.
(중략)
출범 1년 만에 돈과 계급과 종교의 잣대로 이 나라를 동강내버린 지금 정권 앞에서 <이매진>을 다시 들어야 할 이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생님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거듭 들려줘야 할 이유와 다름 아니다.
그리고 <붉고도 우아한 문화토크>를 세 번째 진행하고 있는 변영주 감독이 세 번째 또 이렇게 외친다.
***한겨레 칼럼 추악한 정치사찰 이겨낸 ‘뉴토피아 송가’


